본문: 잠언 20장 16~30절
1. 오늘 읽으신 잠언 20장 후반부의 말씀이 다루는 주제를 나눈다면 크게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이익의 극대화를 위한 선택이 아닙니다. 나의 원함과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선택이 아닙니다.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에 근거한 선택입니다. (21절)
둘째는 말 그대로 하나님을 의지하는 지혜입니다. 나를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신뢰하는 것입니다. 그 길이 내 생각과 다를지라도 신뢰하고 의지하는 것입니다. (24절)
셋째는 겉모습이 아니라, 속사람(영혼,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입니다. 그러기 위해 내 영혼의 어둠을 바라볼 수 있는 은혜가 진정한 은혜이며 지혜라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27절)
2. 어쩌면, 이 정도에서 사람의 묵상 나눔을 멈추고, 말씀 한 절 한 절을 우리 심령에 새기며, 기도하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조금 더 함께 나누겠습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하나님의 지혜, 하나님의 능력 등을 이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것을, 내가 원하는 때에, 내가 원하는 만큼’ 얻는 것을 종교생활의 최종 목적으로 삼습니다. 물론, ‘영혼구원’이라는 궁극의 목적을 갖다 댑니다. 육신의 죽음 이후에 얻을 구원을 신앙생활 최종의 목표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것 조차도 ‘내가 원하는 나이, 내가 원하는 방법,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육신의 죽음을 맞이한 뒤, 그 좋은 천국에 가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3. 제가 이렇게 말한다고, 제 속에 ‘자아실현’을 위한 신앙생활을 버렸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제 자신의 내면과 매일 싸웁니다.
이미 이루어진 십자가 복음의 진리를 붙잡고,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구원의 완성을 향해 한 걸음 씩 믿음으로 걷습니다. 넘어져 무릎이 터지고, 피가 흘러도 포기하지 않게 하시는 성령의 능력을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저는 24절의 말씀을 보면서… 뭔가 더 좋은 것이 내 일생에 펼쳐질 것을 기대하는 허망한 낙천적 낙관적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비관적 태도를 사는 것도 아닙니다.)
흔히, 이런 식의 성경 묵상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뭔가 자기 뜻대로 일이 안 됐을 때, 약간의 안심(?)하는 마음으로 21절을 봅니다. 그리고 24절로 건너뜁니다. 그렇게 ‘희망의 메시지’를 붙잡습니다.
물론, 이런 것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의 삶 속에서 이런 경우는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처음 것보다 다음 것이 더 좋았던 경우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을 신뢰하며 기다리는 것을 배웠습니다. 처음 것의 허망함과 처음 것에 대한 집착을 많이 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으로 맘대로 해버리는 어리석은 습관을 많이 고쳤습니다. 이런 제 삶의 태도는 오히려 제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4. 그럼에도 우리는 한걸음 더 나가야 합니다. 21절의 “처음에 속히 잡은 산업”는 단순히 내가 놓친 안타까운 어떤 것이 아닙니다. 내가 처음 시작한 일이 아닙니다.
“산업”으로 번역된 ‘nachalah’는 ‘유산’에 가깝습니다. ‘물려받은 것’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바로 ‘인간의 죄성’입니다.
(물론, ‘인간의 죄성’을 ‘범죄한 아담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죄는 유전된다.’라는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런 생각은 ‘죄인됨에 대한 인정’에서 도망치려는 인간의 간사한 본성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21절은 자기의 타고 난 본성으로 행한 것들, 그것이 아무리 좋아 보이는 것이라도 아무 소용없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칭찬 듣기 위해 행하는 행동’말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 사람의 어떠함으로 행한 건 좋은 게 아니니까.”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더 교묘한 인간의 못된 마음입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산으로 가면 됩니다!)
우리는 빛이 필요합니다. 어두운 내 속의 본성을 비출 수 있는 유일한 빛, 여호와 하나님의 빛, 말씀의 빛, 성령의 빛이 필요합니다! (27절)
이 말씀을 묵상하며, 자아를 숨기기 위한 온갖 포장, 껍데기(그것이 사람에게 드러내어 칭찬 듣는 것이건, 비난받을까 숨기는 것이건) 속에서 꼼지락 거리는 제 본성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더 간절히, 또 더 간절히 제 영혼의 빛을 비춰 달라고 기도합니다. 기도만 하지 않고, 성경 말씀이 제가 하는 생명의 말씀인 줄 믿고, 숨기려는 자아를 십자가 앞에 내려놓습니다.
바로 그때, 저와 여러분의 심령에 ‘여호와의 등불’이 임할 줄 믿습니다!
지민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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