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잠언 1장 20~33절
1. 5~6월은 매일 ‘잠언’을 묵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잠언’에 대한 첫인상은 태교였습니다. 아내가 첫째 아이를 가졌을 때, 우연히 들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음성(저음)으로 들려주는 ‘잠언’이 최고의 태교라는 것이었습니다. 30장으로 되어 있으니, 매일 읽어주면 10개월 동안 10번을 읽어 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지혜롭고 신앙 좋은(?) 아이가 태어날 것을 기대하며 읽어주었습니다. 그 결과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생각했던 ‘지혜’와 ‘신앙 좋음’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과 많이 달랐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이의 신앙이 좋아야 하는 이유도 십자가 복음, 그 진리와는 결이 사뭇 달랐습니다. 그저 신앙 좋은 사람을 하나님께서 크게 쓰실 것이라는 알량한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2. ‘잠언’뿐만 아니라, 성경 전체가 말씀하는 ‘지혜’는 큰 틀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이십니다. 단순히 전지전능한 신적 존재로써 ‘여호와 하나님’이 아닙니다. 범죄한 인간에게 대속의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입니다.
따라서 성경이 지향하는 모든 지혜는 십자가를 통해 대속의 은혜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참 지혜자는 이 하나님의 지혜를 이루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저와 여러분이 또 우리의 자녀가 이 십자가의 지혜에 붙들려 있다면 우리는 지혜로운 사람들입니다. 십자가 복음의 가치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지혜로운 것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우리가 넘어지고 실수하는 이유는 자아의 욕심 때문입니다. 자아의 어리석음과 죄성 때문입니다. 그것이 십자가에 못박히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신다면 우리는 지혜롭게 사는 것입니다.
세상은 우리를 어리석다고 말해도 하나님은 우리를 지혜(예수 그리스도) 안에 사는 사람들이라고 인정해 주십니다.
3. 이 마음을 가지고 잠언을 보셔야 합니다. 이 마음을 가지고, 오늘 말씀을 묵상하신다면 제가 기록한 어줍잖은 묵상을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혜(예수 그리스도)의 외침은 명확하고, 분명하고, 공개적입니다.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선명하게 들립니다. (그것이 20~21절입니다.)
무엇보다 ‘어리석은 자, 거만한자, 미련한 자’는 ‘저들’이 아닙니다. 바로 제 자신입니다. 우리 모두입니다.
저는 31절의 “자기 행위의 열매를 먹으며 자기 꾀에 배부르리라”는 성령의 감동으로 자기 인생을 돌아보며 탄식한 솔로몬의 고백이 소름 돋을 정도로 다가왔습니다.
‘자기 행위의 열매’ 즉, ‘자기 의로움에 취한 모든 행동, 자기는 잘한다고 행각했던 모든 것들’이 하나님 앞에서 와르르 무너질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저, ‘자기 꾀에 헛배가 부른 것, 그저 환상에 불과한 허망한 것’일 뿐이라는 뜻입니다.
4.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잠언’을 기록한 ‘솔로몬’의 태도는 “나처럼 하나님께 선택 받아 부강한 나라를 만들고, 똑똑하다고 칭송을 얻으려면 성경 많이 읽어야 된다. 하나님께 성전을 지어드리는 등 수많은 헌신과 봉사하면 된다.”라는 것이 아닙니다.
‘잠언’은 솔로몬이라는 위대한 왕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저서로 남긴 것이 아닙니다. ‘솔로몬의 영적 회한(悔恨, regret )’입니다. “하나님, 하나님이 주신 축복과 지혜 등 수많은 달란트(?)를 가지고 제가 뭘 한 겁니까? 저도 모르게 젖어 든 우월감, 우쭐댐, 똑똑함으로 제가 걷고 싶은 길을 걸었습니다. 겉으로는 그럴 듯해 보이고, 칭찬을 듣는 것 같았지만, 여호와 하나님이 원하시는 길, 성경이 말씀하는 지혜의 길로 가지 않았습니다. 하나님, 부끄럽지만, 이런 제 삶을 그대로 기록합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저처럼 어리석고, 미련하고, 거만한 길을 걷다가 돌아올 수 있다면, 죄인의 마음으로 이 잠언을 기록하겠습니다.”라는 솔로몬 심령 속에 흐르는 영혼의 눈물이 ‘잠언’에 흐르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5. 잠언을 읽으면서 우리 안에 “주님, 오늘 진리와 능력의 하나님 말씀에 붙들리지 않으면, 지금 좌우의 날 선 검인 하나님 말씀으로 내 심령을 도려내지 않으면 저는 ‘어리석고, 거만하고, 미련한 인생 길’로 접어들게 됩니다.”라는 고백이 터져야 합니다. 고백만 하면 안 됩니다. 그 고백대로 살아야 합니다.
어제 들은 음성, 어제 붙든 십자가, 어제 받은 은혜로 오늘을 살 수 없습니다. 어제 걸어간 그 어리석은 길로 다시 걸어갈 수 없습니다. 어제 내딛은 십자가 진리를 향한 발걸음을 멈출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간절히 부르십니다. 기록된 말씀을 통해 우리 심령에 말씀하십니다. “오직 내 말을 듣는 자는 평안히 살며 재앙의 두려움이 없이 안전하리라”는 음성에 반응하여 십자가 생명의 길로 돌이키시길 축원합니다.
지민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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