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사무엘상 12장 1~15절
1. 일반적으로 ‘사무엘상 12장’을 ‘사무엘의 고별설교’라고 말합니다. 이 설교가 분기점이 되어 ‘사사시대’에서 ‘왕정시대’로 넘어간다고 말합니다.
이런 구분(?)이 성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고별설교 등’의 용어가 이 속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 성령의 감동으로 온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서 마지막 이야기를 하는 ‘사무엘의 진심’, 기록하는 ‘사무엘의 마음’을 가릴 수 있습니다.
이런 본문을 적용(?)이라는 이름으로 한 개인(특히 목회자)의 은퇴에 빗대어 자기를 드러내는 것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1~5절을 ‘명예로운 퇴임의 모범 사례’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사무엘은 훌륭한 사사(Judge)였습니다. 선지자였습니다. 지도자였습니다. 모든 백성이 인정했습니다. (5절) 3절의 기록처럼 그 어떤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한 적이 없습니다.
2.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를 더 생각해야 합니다. 2절입니다. “내 아들들도 너희와 함께 있느니라…”라고 말하는 사무엘의 마음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8장 3절을 보면 사무엘을 이어 사사가 된 두 아들(요엘, 아비야)은 아버지의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고 기록합니다.
그렇다면, 이건 말이 안 됩니다. 말 그대로 훌륭한 사사, 하나님의 선지자, 존경이라는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사무엘’이 자기 아들들을 곁에 두고 이런 자화자찬(自畵自讚, blow one’s own horn) 같은 말을 쏟아 놓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그렇게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당신은 안 그랬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끝나는 것일까요?
3. ‘사무엘’ 선지자는 지금 자기 잘난 것을 스스로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들들은 못났지만, 나는 잘 났다’라는 뻔뻔한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무엘’은 말 그대로 도구로 쓰이고 있습니다. 스피커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시는 말씀을 그대로 대신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의 전인격과 삶이 포함된 설교입니다.)
‘사무엘 12장’을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사무엘 8장’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하나님을 싫어 버린 이스라엘 백성들의 요구로 어쩔 수 없이 허락된 인간 왕의 제도를 기억하며 읽어야 합니다.
어쩌면 이것은 하나님의 간곡한 부르심입니다. “지금이라도 인간 왕이 아닌, 나 여호와를 왕으로 인정해라. 눈에 보이는 사람 왕(사울)에게서 돌아서라.”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2절의 “내가 어려서부터 오늘까지 너희 앞에 출입하였거니와…”는 ‘사무엘’이라는 사람이 이스라엘 백성들을 다스렸다는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크게 두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첫째는 사무엘이라는 사람을 통해 하나님의 다스림이 나타났다는 의미입니다.
두번째는 이스라엘 백성을 처음부터 택하시고, 세우시고, 이끄시고, 지금까지 다스린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8절 이하부터 출애굽 사건과 가나안 정착, 그리고 11장의 암몬에게 승리한 것(사울이 승리한 것이 아니라, 사울과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승리)을 함축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4. 본문 3절은 사무엘상 8장 10~18절과 완전히 대비됩니다. ‘사무엘’은 자기가 빼앗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빼앗지 않으셨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왕이신 하나님이 너희에게서 무엇을 빼앗으신 적이 있느냐? 그러나, 너희가 세워 달라고 한 인간 왕은 결국 빼앗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14절 이하의 기록과 사무엘상 12장 전체가 하나님 중심으로, 하나님의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인간 왕을 세워 달라는 어리석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한 하나님의 안타까운 음성이 들립니다. 그 음성이 나를 향한 것으로 들립니다.
저와 여러분에게 지금이라도 돌이켜야 하는 것, 멈춰야 하는 것, 그만해야 하는 것이 분명 있습니다.
(만약,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뻔뻔한 사무엘’로 오늘 본문을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8장 3절을 기록하는 사무엘과 오늘 본문을 말하는 사무엘은 다른 사람입니다.)
5. 제 개인적으로 꺼리는 속담이 있습니다. “엎질러진 물이다. 소용없다.”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엎질러진 물’같은 아픈 상황, 후회(?)가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덧붙입니다. “엎질러진 물이지만, 한 방울이라도 다시 담는다. 깨끗이 닦을 것이다.”라고 믿음으로 덧붙입니다.
십자가에서 돌이켜 회개하는 자에게 엎질러진 것은 없습니다. 돌이켜 끊어내고, 멈춘 자에게 방치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쏟아진 물 같은 상황, 저질러진 것들을 성령님과 함께 한 방울이라도 다시 담을 것입니다. 그렇게 한 걸음이라도 옳은 방향으로 새롭게, 처음부터 출발할 것입니다.
지금 그 자리에 멈춰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 지금 그 자리에 엎드려 십자가 앞에 내려놓고 돌이킬 것을 결단하십시오. 놀라운 생명의 길이 열릴 줄 믿습니다!
지민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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