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출애굽기 10장 21~29절
1. 오늘 본문은 흑암 재앙에 관한 기록입니다. 전에 잠깐 언급 드린 것처럼 자연주의적 해석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흑암 재앙’이 심한 모래 폭풍이었다고 말합니다.
이런 주장은 성경 본문을 제대로 읽지 않은 것입니다. 동시에 ‘흑암’의 의미를 물리적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그저 인간이 경험한 가장 어두운 상태를 가지고 성경이 말씀하는 ‘흑암’을 이해한 것입니다.
21절의 ‘아무것도 볼 수 없어 더듬어야 하는 흑암’, 23절의 ‘자기 집에서 일어날 수도 없고, 아무도 볼 수 없을 정도의 흑암’은 태양이 모래폭풍에 가려지는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2. 우리는 흑암에 대해 깊이 묵상해봐야 합니다. 온 애굽을 뒤덮은 흑암의 정체는 무엇일까? 흑암의 성격은 무엇일까?라는 막연한듯 중요한 질문을 해봐야 합니다.
이 ‘흑암’은 창세기 1장 2절의 ‘흑암’입니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아무 것도 없었던 상태입니다. 빛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인간이 경험하는 어둠의 상태 즉 ‘밤(night)’ 수준으로 이해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태양이 저물어 밤이 깊은 수준 혹은 전깃불, 횃불 따위의 빛이 없어 어두운 수준이 아닙니다.
‘창세기 1장 2절’과 오늘 본문 21절의 ‘흑암’은 같은 히브리어(choshek)를 사용했습니다. 밤이 되거나, 어두워진 상태를 나타낼 때와 구별된 단어입니다.
3. 또한 23절에 기록된 “이스라엘 자손들이 거주하는 곳에는 빛이 있었더라”에서 ‘빛’은 ‘창세기 1장 3절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와 같은 히브리어(or)입니다.
이 단어 역시 ‘태양빛’ 혹은 ‘불빛’ 등을 나타낼 때 사용한 단어가 아닙니다. 흑암과 대비되는 빛이라는 개념 그 자체입니다. 예를 들어 ‘빛이신 하나님’이라는 표현에 사용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4. 이 흑암과 빛을 묵상하면서 제 마음 속에 다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흑암 재앙은 재앙이 맞을까?”라는 발칙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흑암 재앙에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더듬어야 할 만큼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어둠 그 자체가 임했을 뿐 물리적인 피해가 없었습니다. 끔찍하다는 현상들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5. 그럼 하나님께서 이 흑암을 통해 말씀하시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을까요? 그저 단순히 “너희가 섬기는 태양신을 내가 심판했다. 내가 진정한 창조주이다. 내가 우주 최강 신(神, God)이다.”라는 것을 선포하신 것일까요?
물론 그것도 맞습니다. 그러나, 한발짝만 더 들어가 봅시다. 흑암 재앙이 끝난 뒤… 빛을 보는 순간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요? 흑암으로 인해 자기 처소에서 일어날 수도 없었던 사람들이 삼일 간의 흑암 속에서 무슨 마음이 들었을까요?
네, “빛이 없으면 죽음이다!”를 경험했을 것입니다. “빛과 흑암은 밝음과 어둠 수준이 아니구나, 죽음과 생명의 문제이구나!”를 경험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그 흑암 속에서도 빛을 경험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목했을 것입니다. 그들이 섬기는 하나님의 성품이 무엇인지, 하나님의 일하심이 어떤 것인지, 하나님의 임재가 무엇인지 갈망보다 더한 영적 갈증으로 바라봤을 것입니다.
6. 그 영적 의문, 그 영적 갈망이 절정에 달했을 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저 단순하게 최고의 재앙, 마지막 재앙이라고 일컫는 ‘장자의 죽음’이 있었습니다.
여러분, 만약 여러분이 그때 ‘흑암’을 경험한 애굽 사람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디를 향해 달려가시겠습니까? 당연히 ‘이스라엘 사람들’, 그들이 거주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거기 가서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당연히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 하나님의 말씀을 귀 담아 들을 것입니다. 유월절 어린 양의 피를 바르라는 그 명령에 순종했을 것입니다. 순종할 수밖에 없습니다.
7. 저와 여러분, 우리는 어떤 영적 상태에서 예수님을 만났습니까? 어느 정도의 절박함으로 십자가 앞에 서 있습니까? 흑암보다 더 어두운 내 심령상태와 죄성의 뿌리에 대한 자기 절망이 있습니까? 빛이신 예수님이 없으면 죽음보다 더한 어둠에 영원히 거하게 될 것이라는 소망을 향하기 위한 두려움이 있습니까?
있으면 됐습니다. 있으면 희망이 보입니다. 있으면 흑암 같은 내 심령에 빛이 비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거기서 더 기도하십시오. 눈이 멀어버려도 좋다는 각오로 그 빛을 바라보십시오.
빛이신 주님을 향한 갈망이 더욱 더 깊어지고, 밝아지길 축원합니다.
지민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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