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레위기 3장 1~17절
1. 레위기 3장은 ‘화목제(和睦祭, peace offering)’를 드리는 방법입니다. ‘레위기 7장 11~21절’에 ‘화목제’에 관한 보충적 내용이 있습니다. (함께 읽으시면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데 도움이 됩니다.)
‘화목제’는 의무로 행해야 하는 제사가 아닙니다. 자신의 죄를 씻음 받기 위해 반드시 드려야 하는 제사들과 성격이 다릅니다.
제사를 드리는 사람의 자발적인 동기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하나님께 대한 감사 또는 하나님을 향한 약속(서원)에 대한 감격이 ‘화목제’로 표출되는 것입니다.
물론, 인간이 품은 하나님에 대한 감사와 감격도 하나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이런 나를 용서하신 하나님, 이런 나를 보호하시는 하나님, 이런 나에게 생명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인간의 반응입니다. 먼저 베풀어 주신 은혜 없이는 감사와 감격도 생기지 않습니다.
동시에 ‘화목제(모든 제사 규례)’는 인간이 자기가 정한 방법으로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정해서 주신 방법과 절차로 드리는 것이기에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이루어진 화평(평화)에 대한 확증이며, 언약입니다!
2. 어떤 면에서 ‘화목제’를 드리는 방법이 가장 복잡(?)합니다. 지켜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까다로움’이 아닙니다. ‘화목제’가 모든 제사의 종류와 방법을 포괄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제사종합선물세트’입니다.
‘죄 씻음’을 위한 제사가 지향하는 궁극의 목적이 ‘화목제’ 속에 녹아 있습니다. 하나님과 인간의 화평, 평화, 동행, 하나 됨이 담겨있습니다. 하나님과 하나 되어 잃어버렸던 ‘영원한 생명’을 다시 회복하고, 하나님 안에서 ‘영원한 기쁨’의 축제를 누리는 것이 ‘화목제’가 지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화목제’는 모든 제사, 레위기에 기록된 모든 제사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화목제의 제물이 되셨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것은 레위기 제사의 완성이다.’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3. 우리는 참 많이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범죄한 인간과 하나님 사이에 화평을 이루신 분, 십자가에서 화목제의 제물로 드려진 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이 그렇게 깊이 다가오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좀 과격한 표현을 쓰면 ‘주입된 종교 지식, 구원 지식’ 수준에 머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레위기’를 제대로 묵상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묵상’이라는 표현보다 성경을 읽으며 ‘마음에 찢어지는 애통함’을 품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범죄한 나 대신 죽는 제물(피 흘림의 존재)’을 대하면서 ‘이런 나 대신 죽는 존재’가 없이는 나에게 소망이 없다는 영혼의 탄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알량한 감정으로 느끼는 가책 혹은 찔림 비슷한 겉핥기의 마음 변화만 있을 뿐, 하나님 앞에 애통한 심령으로 살아가는 삶이 없기 때문입니다.
축제(?)를 위한 ‘화목제’를 드리는 과정은 ‘죄사함’을 위한 ‘번제, 속죄제, 속건제’를 드리는 과정과 동일하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죄의 전가(transfer)’를 의미하는 ‘안수’를 행합니다. 죄의 결과인 죽음을 직접 봅니다. 그 피를 뿌립니다. ‘제물’에 덕지덕지 붙은 기름, 가장 지저분한 내장인 ‘콩판’을 때어내 ‘번제단’에서 태웁니다(2~3, 9~10절).
4. 그런데 참 아리송한(?) 표현이 등장합니다. “여호와께 드리는 음식, 향기로운 냄새(5, 11, 16절)”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이것은 크게 두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먼저는 인간의 건강 때문입니다. ‘동물의 내장 속에 있는 기름, 콩팥 등의 장기’를 섭취하는 것은 건강에 해롭습니다. 내장은 빨리 부패합니다.
그러나, 영적인 의미가 더 중요합니다. ‘내장 속의 기름, 콩팥’은 ‘인간의 죄악’을 상징합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내장 속에 숨은 기름들, 독소를 걸러내는 콩팥 등은 영혼 깊은 곳에 숨겨진 우리의 죄악을 상징합니다.
이것 하나만 봐도 하나님은 인간의 종교성을 자극하기 위해 제사라는 종교 행위를 주신 것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됩니다. 하나님께서 제사를 통해 원하시는 것은 ‘죄악을 씻어 주시기 위함’이라는 것이 증명됩니다.
5. ‘레위기’를 묵상하시는 동안 친히 ‘화목 제물(모든 제사의 제물)’이 되신 예수님, 그 분의 십자가를 통해 허락된 구원을 영혼에 다시 새겨야 합니다.
제사를 드린 제물 중에서 ‘죄를 상징하는 내장과 기름’을 제외한 대부분의 고기를 함께 먹을 수 있는 ‘화목제’를 묵상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는 ‘성찬’의 의미도 다시 새겨야 합니다.
그 ‘영혼의 새김’이 ‘종교성에 취한 자기 최면’이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며 기도해야 합니다. 영혼에 새기려면 칼로 도려내는 아픔이 있어야 합니다. ‘말씀의 검’이 내 심령을 향하는 것이 아프지만, 기쁨이 되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바라보는 것이 ‘종교 관광’이 되면 안 됩니다. ‘영혼의 수술’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도 기대합니다. 영혼의 수술실을 나온 나를 향해 ‘수술 잘 됐다’라며 웃으시는 예수님의 미소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기도합니다.
지민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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