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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Hyung Yun

3월 10일 2021년 수요일 묵상

본문 : 시편 60편 1~12절


1. 표제어를 염두에 두고 오늘 본문을 읽으면 의구심이 생기게 됩니다. 표제어에서는 다윗의 심복 요압이 에돔과 싸워 만 이천 명을 죽이고 승리를 거둔 때에, 다윗이 교훈하기 위하여 이 시를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본문을 읽어보면 그 어디에서도 승리로 인한 기쁨이나 성취감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마치 전쟁에서 패배한 것처럼, 혹은 패배가 거의 확실시되어 절망적인 상황에 처하여 하나님께 최후의 SOS를 보내는 것과 같은 절박함이 보입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표제어와 같은 사건을 기록한 사무엘하 8장과 역대상 18장을 보면, 심지어 이 승리는 다윗을 필두로 한 이스라엘의 숙적이었던 에돔을 완전히 격파한 역사적인 대승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다윗은 기쁜 내색은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색함을 가진 채 오늘 본문을 읽으면, 하나님께서 다윗을 통하여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고자 하시는지를 조금 더 깊이 묵상할 수 있게 됩니다.


2. 다윗은 큰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승리 자체에 도취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 경험했던 크고 작은 승리와 패배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승리로 에돔을 물리쳤지만, 그것으로 자신의 모든 대적들이 영원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하더라도, 전쟁 자체는 힘들고 괴로운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기기는 했지만, 수 차례의 전투를 거치면서 적군 뿐만 아니라 아군 중에도 부상자와 사망자가 속출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반 백성들이 입은 피해도 막대했을 것이고, 다윗은 이 모든 과정과 결과들을 지켜보며 괴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한 마음이 1-3절에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런데 다윗의 고백이 소중한 이유는, 모든 일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철저히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자신들을 버리신 이도 하나님이시고 다시 구원하시는 이도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그 사실을 고백하며 선포하고 있습니다.

4-5절을 보면,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와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자들도 동일한 환난을 경험했습니다. 다만, 그들에게는 환난 속에서 건져 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는 사실이 특별한 것입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에게도 인생의 희노애락은 평생 반복되는 것인데, 이 모든 것들이 ‘이미 이루어진, 그러나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하나님의 최후의 승리로 결판날 것임을 알고 그 하나님께 의지하는 것이 구원 받은 자의 삶인 것입니다(로마서 8:28).

다윗 또한 출애굽 이래로 지속되어 왔던 제사를 통하여 깨달았던 바,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어린양이신 메시아(그리스도)께서 자신의 모든 죄악됨과 연약함을 짊어지고 그 대가인 죽음을 대신 지불하심으로 최후 승리에 이르게 될 것을 믿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다윗은 승리 후에도 그것에 도취되어 교만할 수 없었고, 여러 환란을 겪었음에도 좌절하여 완전히 엎드러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3. 하나님은 모든 것의 창조자, 소유자, 주관자이십니다. 다윗은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이스라엘의 대적들까지도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 있음을 6-8절에서 선포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진심으로 인정한다면, 다윗이 그랬던 것처럼, 삶 속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니, 연연하더라도 이 사실을 기억하여 다시 초연해질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을 통한 다윗의 고백과 선포는 하나님과 하나님의 일하심에 대한 이러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지 않으신다고 느껴지는 좌절의 순간에도, 다윗은 하나님만 함께 하시면 이길 수 있으니 함께 해달라고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구원이 아닌 전능하신 하나님의 구원을 바랄 수 있었습니다(9-12절).


4. 우리는 인생의 어떠한 부분을 통하여 하나님께 영광이 되고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사용하겠다는, 소위 ‘비전’을 세우고 그것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며 노력하기도 합니다. 물론 소중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목표가 생겼다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첫째는, 역사의 주관자는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입니다. 내가 아무리 화려한 미사여구를 사용하여 하나님을 위한 것이라고 치장을 해도, 그것을 이룰지 말지의 여부는 하나님께 달려 있습니다.

둘째는,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만 받으신다는 사실입니다(요한복음 14:6).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여 실망할 필요 없습니다. 내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나아갔다면, 그것으로 된 것입니다. 이후의 일들은 하나님께서 알아서 처리해주실 것이고, 영광 받으실 것입니다. 반대로, 바라며 기도한 대로 일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너무 좋아할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예수님의 이름으로 나아갔다면, 그것으로 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것입니다. 나는 그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의 연약함을 수시로 인정하여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의지하기만 하면 됩니다.

오늘 본문 속 다윗의 마지막 고백처럼, “우리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용감하게 행하리니” 그리하면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심으로 “우리의 대적을 밟아” 최후 승리를 이루어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12절).


묵상: 임재승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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