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요한복음 2장 1~12절
1. ‘요한복음 2장’에는 중요한 두가지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잘 알려진 ‘가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표적과 ‘성전을 깨끗하게 하시고, 예수님이 진정한 성전이심(21절)’을 드러내십니다.
‘표적(sign)’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기적(miracle)’은 말 그대로 ‘기적’이라는 사건, 그 ‘기적’을 통해 변화된 어떤 현상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나, ‘표적(sign)’은 다릅니다. ‘표적(sign)’가리키는 것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도로표지판(sign)이 아무리 멋지고 화려해도 그것이 본질이 아닙니다. 목적지를 향해 가면서 목적지를 가리키는 도로표지판 아래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도로표지판을 보고 목적지까지 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을 ‘표적’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행하신 모든 기적이 가리키는 바가 있습니다. ‘예수님의 하나님 되심’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입니다.
물론, 다른 영적 의미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병이어 사건’은 ‘예수님께서 진정한 생명의 떡’이시라는 것을 말합니다.
아무튼 예수님께서 행하신 모든 초자연적 기적은 그 기적이라는 현상을 넘어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도록 하는 징검다리일 뿐입니다. 이 부분을 놓치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신비주의로 흘러갑니다. 그렇게 예수님의 십자가와 아무 상관없는 종교 혹은 무속에 심취한 삶을 살게 됩니다.
2. ‘가나 혼인 잔치’의 핵심은 ‘물, 포도주, 어떤 이들의 순종(항아리에 물을 채운…) 등’이 아닙니다. ‘변화’입니다. 물론, 이 변화도 인간의 도덕, 윤리, 성격 등이 개선되는 것이 아닙니다.
존재 자체의 변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떠나 범죄 타락한 인간! 죽음을 맞이할 운명 정도가 아니라, 죽음 그 자체인 인간!이 예수님 때문에 ‘생명’을 입은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옛사람에서 새사람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이런 것이 진정한 감격과 감사로 다가온다면 아무리 반복해도 새로워야 합니다. 신비와 기적이라는 단어로도 모자라는 이 은혜를 입었다면 ‘나는 죽고, 예수로 살아가는 것’을 영혼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가끔 저도 유혹(?)을 받습니다. ‘포도주’라는 ‘좋은 것’을 얻기 위한 ‘순종’을 강조하려는 생각을 합니다. 4~10절을 드라마틱하게 설명하며 ‘순종’을 통한 ‘다양한(?) 축복’을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좋은 것’이 많이 주어지는 ‘다양한 축복’을 금기시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저와 여러분에게 그런 것들이 주어질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필요를 따라 공급하시는 은혜를 위해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러나, 성경을 눈 앞에 놓고, 말씀을 내 심령 앞에 놓고, 십자가 앞에 엎드려서는 곁가지에 눈을 돌리고 싶지 않습니다. 진정한 진리와 은혜를 간구한다고 나머지 것들을 허락해주시지 않는 하나님이 아니십니다.
3. ‘물을 떠 놓은 순종’을 잘 생각해보십시오. ‘하인들’에게 이것이 정말 어려운 것이었을까요? 황당한 것이었을까요? 아니었을 겁니다. 일상적인 것입니다. 왜냐면, 물을 채운 돌항아리는 ‘정결 예식’ 즉 ‘손 발을 씻기 위한 물’을 채우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에게 ‘손 발 씻기’는 일상입니다. 나갔다 들어오면 빠짐없이 하는 행위입니다. 게다가 그 자리는 결혼식장입니다. 하객들로 붐비는 곳입니다. 당연히 ‘정결 예식’을 위한 물은 금방 동이 납니다. ‘포도주’에 대한 수요보다 더 많은 것이 ‘물’입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물’로 ‘포도주’를 만들 것이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나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4절)라는 반응을 보이십니다. (더 많은 정황이 추론되지만, 길어서 생략하겠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한 구원(정결케 됨, 죄를 씻음)은 인간의 시간, 방법, 노력 따위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나는 죽고, 예수님이 나 대신 사는 것은 말 그대로 ‘전적인 은혜, 오직 은혜, 거부할 수 없는 은혜, 측량할 수 없는 은혜’로 된다는 말입니다.
4. 거기에 더하여 ‘유대인의 관점’에서 이 본문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새 언약(십자가 언약)’이 ‘옛 언약(모세 언약)’을 포함하고, 완성한다는 것(10절)이 ‘가나 혼인 잔치의 표적’ 속에 담겨있습니다.
‘처음 것(옛 언약)’이 더 좋다는 유대인의 사고, 문화, 종교관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모세 5경을 기반으로 한 옛 언약을 완성하고 뛰어넘는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언약’이라는 것을 예수님께서 ‘가나 혼인 잔치의 표적’을 통해 보여주신 것입니다.
‘요한복음’은 한 권입니다. 성령의 깨닫게 하심으로 끝까지 읽은 사람은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감탄사가 터졌을 것입니다.
그렇게 그 영혼의 감격과 은혜는 우리를 다시 십자가 앞으로, 그 분을 향한 순전한 마음으로 이끌 줄 믿습니다.
지민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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