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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Hyung Yun

11월 17일 2021년 수요일 묵상

본문: 사사기 8장 1~21절


1. 사사기 8장의 기록이 없다면, 기드온 이야기는 영웅 열전이 맞습니다. 하나님께 쓰임 받아 민족을 구하고, 한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지도자의 이야기가 맞습니다.

물론, 약간의 부족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함께 하심으로 이겨낸 사람입니다. 이런 것은 흠이 아니라, 인간적인 희망도 줍니다. ‘나도 기드온처럼 쓰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기드온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게 하셨습니다. 기드온 인생 중에서 최고 정점의 사건에만 관심을 가지 않으셨습니다.

사람의 쓰임 받는 화려한 순간에 마음이 빼앗깁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이후를 더 중요하게 보십니다.


2. 이유는 하나입니다. ‘기드온’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기드온’이라는 지도자를 세워 이스라엘을 구원하시는 것이 하나님의 진짜 목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기드온’이라는 한 영혼이 여호와 하나님의 언약 안에 붙들려 있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기드온’에게 ‘나팔, 횃불, 항아리’라는 어떤 비법(?)으로 세상을 승리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신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범죄한 자아를 깨뜨려, 여호와의 빛으로 스스로를 비추길 원하셨습니다.

이 모습을 통해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도 다시 진정한 빛이신 여호와 하나님께 돌아오길 바라셨습니다.


3.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에브라임 사람들’은 정말 안타까운 사람들입니다. 기드온의 승리를 통해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려는 진정한 의미를 손톱만큼도 깨닫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1절을 보면 억지를 부린다는 생각 외에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미디안과 싸우러 갈 때”는 ‘300 용사의 선발’과 미디안의 군대가 스스로 무너져 도망친 사건을 말합니다. 이후 남은 미디안의 군대와 싸울 때는 함께 했습니다(7장 24절).

그러면, 에브라임은 왜 이제 와서 억지를 부리는 것일까요? 왜 이렇게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일까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폼이 안 나기 때문입니다. 뭔가 더 두드러질 때, 뭔가 더 주목받는 것 같은 일에 쓰임 받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미 와해된 미디안 군대를 소탕하는 것은 에브라임 지파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여전히 므낫세 지파, 기드온은 별 볼일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쓰임을 받아도 저들이 아니라, 내가 받아야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두가지 경우 모두 자기 우월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에브라임 지파의 한계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4. 이런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저도 휘청하면 저런 생각이 밀려 듭니다. 입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심령 속은 제 자신에 대해 스스로 그럭저럭 후한 점수를 줍니다. 후하지 않아도 적어도 저 사람보다는 낫다는 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그래서 휘청하지 않으려 십자가 앞에 엎드립니다. 십자가를 부여잡습니다. 불꽃같은 눈으로 제 심령을 보시는 하나님 앞에 섭니다. 두렵지만, 그것이 사는 길이기에 예수 그리스도의 덮어 주시는 은혜에 의지하여 섭니다.

우리는 흔히 2절의 이야기를 ‘기드온의 겸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더 조심해야 합니다. 기드온의 임기응변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것으로 너희와 실랑이할 시간이 없다.’라는 마음으로 말한 대답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급한 것(세바와 살문나)이 있어 대충 에브라임을 추켜세우고 지나가는 것일 수 있습니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복수’입니다. 추격 중에 떡덩이를 달라는 요청을 거절한 숙곳 사람들(4~9절)에게 처절한 복수를 했습니다(13~17절).


5. 심심치 않게 ‘숙곳 사람들에 대한 복수’를 ‘하나님의 사람(기드온)을 돕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하나님의 징계’라고 말하는 경우를 봅니다.

그것은 너무 나간 것입니다. 그런 해석과 적용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다는 것도 결국 자기 의로움, 우월감 등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누구에게도 하나님의 이름으로 저런 식의 복수를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자기에게 불이익을 준 사람을 하나님께서 징벌하셨다’는 어리석은 자아 도취적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영웅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면 ‘기드온’을 안타깝게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보입니다. 그의 치명적 약점과 죄성을 여호와 하나님께 아뢰며, 그 분이 베푸신 대속의 은혜 안에 머물길 바라시는 하나님의 안타까움이 보입니다.

그 누구도 십자가 그 사랑을 떠나서 살 수 없습니다. 둘러가는 것 같고, 더디 가는 것 같아도 무너진 내 삶이 회복되는 유일한 길은 십자가 그 사랑과 은혜에 붙들리는 것인 줄 믿습니다.


지민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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